[IFA2014] 지나치기 쉬운 IFA의 몇 가지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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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전시회 취재를 마치고 마감해야 하는 순간까지 드물게나마 쓸 글의 주제가 여럿 남아 있는 때가 있다. 지난 주에 막내린 IFA 2014가 몇 안되는 그런 전시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사실 IFA의 특성이 갑자기 변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이 전시회는 여전히 가전과 음향, IT, 모바일의 소비자용 제품이 골고루 선보이는 최대 규모의 전시회라는 점에선 말이다. 단지 해마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나오는 당연한 이유를 빼고, 이번처럼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제품을 바라볼 수 있게 하거나 여러 IT 기술을 융복합해 좀더 진화한 제품이 나오면 좀더 떠들썩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기회는 매번 오는 것은 아니다. 전시회 프리뷰를 통해 그럴싸한 전망들이 쏟아져도 실제로 그런 제품을 볼 수 없는 경우도 다반사고, 상대적으로 전망이 어두운 전시회에도 의외의 소득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IFA는 어느 정도 전망은 있기는 했지만, 한꺼번에 하나의 흐름을 이끄는 제품들이 잘 나온 점도 무시하긴 어렵다.

넓은 화면비를 가진 커브드 TV의 재확인

4K와 커브드 TV가 여러 가전 전시회에서 더 이상 감동을 주는 전시품이 아니라는 것은 전시회 마니아들에겐 새삼 놀랍지 않은 일이다. 스마트TV도 새로운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CES에서 구부렸다 펼 수 있는 벤더블 제품도 이번 전시회에서 주인공의 자리에 서기보다 신기함을 맛보여주는 들러리에 불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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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105인치 와이드 커브드 5KTV
그렇다면 TV는 이대로 재미 없는 흐름으로 끝났을까? 다른 이들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지 모르나 휘어진 화면의 특성을 살린 21대 9 TV 제품군에 대한 이야기를 그냥 흘려 보내긴 아쉽다. 4K보다 가로 픽셀을 늘린 5KTV(5,120×2,160)라는 사실보다, 가로로 쭈욱 늘인 화면을 살짝 휘어 놓은 느낌이 훨씬 보기 좋았던 것이다. 집에 한 대쯤 있을 법한 16대 9비율의 TV를 구부려봤자 크게 와닿지 않은 감흥이 21대 9 비율 TV에서는 다른 이야기다. 시원하게 양옆으로 펼쳐진, 그러나 살짝 들어간 화면은 TV를 보는 몰입도를 한층 높여준다. 이미 CES 때부터 넓은 화면비의 휘어진(Wide Curved) 특성의 TV가 나오긴 했으나 이번 IFA에서 좀더 확실하게 그 느낌을 전하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TV를 사고 싶다는 지인에게 “지금은 비싼 TV 살 때가 아니에요”라는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중국 스마트폰은 평준화되었고…

MWC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IFA도 스마트폰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삼성이 언팩을 통해 새로운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공개하고 LG도 아직 국내에 판매하지 않고 있는 G 스타일러스 같은 제품들을 전시장에 깔아 놓았으며, 소니는 IFA에서 새로운 플래그십을 선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세 제조사의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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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바이브 X2 6인치 스마트폰
하지만 IFA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또 다른 재미의 축은 중국산 스마트폰이다. IFA 뿐만 아니라 여러 대규모 전시회에서 중국산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화웨이나 레노버, 하이센스와 같은 중국 업체들도 제법 발빠르게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점에선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이들 제품에서 아직까지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건 여전하다. 알루미늄 재질을 쓰고 전반적으로 하드웨어의 만듦새가 좋아진 것은 틀림 없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보다 시장의 균형을 더 생각하는 제품들로 보인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에 욕심내지 않고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들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춘 만듦새와 기능에 값을 낮추는 실리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해마다 중국 스마트폰은 위협적이라면서도 여전히 위협적이지 않다는 두 가지 주장이 상존하고 이번 IFA 이후에도 이 주장은 어느 안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을 듯하다.

소비자용 웨어러블은 아직…

생각보다 사물 인터넷을 접목한 스마트 가전 때문에 스마트홈은 좋은 키워드가 됐지만, 소바재용 웨어러블은 아직 부족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물론 삼성과 LG, 소니가 나란히 손목에 차는 스마트워치 계열의 제품을 내놓기는 했고 미스핏 샤인처럼 익히 알려진 웨어러블 제품들이 작은 부스 사이로 얼굴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큰 흐름으로 이야기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상황이다. 또한 소니는 실험 중인 테니스 센서와 스마트 안경 등을 전시하며 관심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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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스마트 글래스
IFA가 웨어러블 제품을 소개하는 데 부족한 전시회는 아니다. 어차피 소비재 제품이라면 전시를 가로막지는 않는다. 유통 업체들이 웨어러블 제품들을 소개하는 곳이 종종 보이지만, 막상 원천 제조사가 나온 곳은 드물다. IFA에서 따로 웨어러블 분야를 위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지 않으므로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사들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도 이유일 듯하다. 이용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몇 안되는 전시회에서 웨어러블 만이 흐름을 잡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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