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의 수많은 한국 공동관,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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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제 ‘[MWC2015] 눈길 가는 한국 제품 네 가지‘이라는 글에서 하지 않았던,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앞서 100여개에 이르는 한국 업체가 참여했다고 하지만, 그 모두를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그들을 찾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다. 이들 업체의 제품을 찾으려면 MWC 1홀부터 8-1홀까지 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지구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여행하는 마음을 먹고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민간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부스를 만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문제는 여러 한국 기업들이 모인 공동관이 이렇게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MWC 전시를 주도한 공공기관 또는 단체가 다르다보니 한데 섞이지 못하고 각 기관마다 다른 공동관을 차려 KOREA라는 문패를 달아놓은 것이다. 이번 MWC에 참가한 공기관은 코트라와 무역협회(공동 구성), 정보통신산업 진흥원, KITA-창업진흥원, 성남산업진흥재단 등 5개 기관 이상. 한 부스에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50여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공동관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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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보니 MWC에서 한국 중소벤처 브랜드가 한 곳에 모이지 못해 관심이 집중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MWC의 한국관을 둘러본 학계, 공공기관, 기업 대표들과 사적 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분명 많은 국내 기업이 나왔는데 어디를 한국을 대표하는 곳인지를 모르겠고, 각 부스도 너무 개성이 없어 주목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공동관에 참여한 업체도 나름대로 불만이다. 모든 공동관이 목 좋은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보니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을 불평한다. 특히 사람이 많이 다니는 통로가 아닌 뒤쪽 모퉁이에 있어 참관객의 시선을 끌지 못해 그들을 알릴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비싸고 어렵게 얻은 작은 공동관을 여러 업체가 공유해야 하는 까닭에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무척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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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분산된 한국 공동관과 달리 MWC내 공동관 운영의 대표적인 예로 항상 이스라엘을 꼽는다. 이스라엘은 신기술을 화려하게 소개하는 부스 대신 철저하게 파트너, 또는 사전에 예약된 이들과 사업을 위해 논의하는 공동관을 운영한다. 때문에 참가 기업의 부스는 포스터만 서너장 붙어 있을 뿐 매우 단촐하고 특색이 없는데도 이스라엘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있는 곳에 가보면 언제나 누군가와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년째 같은 형식으로 유지하다보니 MWC 부스의 이스라엘 기업은 철저한 사업 위주의 이미지로 굳혀지고 있다.

우리와 사정이 많이 다른 이스라엘과 직접 비교는 어렵더라도 그것이 추구하는 방향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널리 알려야 할 기술과 아이디어 상품이 있고, MWC는 그런 좋은 기회 중 하나지만, 어떤 브랜드로 통합해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스라엘은 관련 기술을 논의하기 위한 기업이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면 한국 공동관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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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업체와 스타트업이 이러한 전시회에 나온 것은 반길 일이고 그들이 좋은 성과를 얻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나, 이렇게 성과를 내는 업체들을 기반으로 만들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삼성에 가면, LG에 가면, 퀄컴에 가면, 화웨이에 가면 뭔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한국 공동관에 가면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국 공동관을 나눠서 운영하는 동안 그런 이미지를 얻기 힘들 것 같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 Comments

  1. tony
    2015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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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관 한곳을 참가했었던 기관으로 선생님 의견에 100%공감합니다 부스에 방문했던 코트라사장님과 대사님도 같은 말씀을 주셨죠

    각 기관마다 주관 부처와 예산이 다르니 통합부스는 쉽지않겠지만 같은 구역에라도 모이는것으로 시작이 되길 기대합니다

    • 칫솔
      2015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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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번 참가를 통해 좋은 성과 얻으셨길 기원합니다. ^^

      말씀하신 대로 한 홀에서 한국공동관을 만나볼 수 있기를 저도 기대합니다만, 각 기관마다 다른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지 궁금합니다. 내년엔 좀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2. 2021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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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공감 가는 콘텐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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