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TV 속 티빙 웹, 껍질을 깨야 한다

구글TV와 티빙
구글TV 플랫폼을 실어서 출시한 로지텍 레뷰

구글TV가 세상에 데뷔한 지 꽤 지난 시간이지만, 나는 이제 막 이 녀석과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구글TV가 새로운 모델 업데이트를 위해 종전 모델의 생산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마자 지난 해 부랴부랴 지인에게 입양을 부탁한 뒤 한달 전 출장 길에 찾아온 터였다.


지금 거실 TV의 일부분이 된 구글TV는 로지텍 레뷰(Revue)다. 레뷰는 소니와 함께 초창기에 나온 구글TV 중 하나. 하지만 썩 재미를 못 본 비운의 IT 제품 중 하나다. 구글TV의 컨셉이 나쁘다기보다는 TV를 보는 이용자 경험을 구글TV가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탓이 크다. 물론 최악의 키보드와 여전히 마우스가 필요한 UI를 보면서 결코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쓸만한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티빙 플랫폼을 위한 구글TV


한국으로 넘어온 구글TV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별로 없다. 늘 이야기하지만, 하드웨어는 국경을 넘어도 컨텐츠는 국경을 넘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글TV를 통해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나마 쓰임새를 찾은 것 중 하나는 구글TV에 내장된 크롬 브라우저로 큰 화면에서 웹사이트를 탐색하는 것. 그것이 재미있는 일은 아니지만, 궁합이 맞는 서비스만 찾으면 의외로 쓸만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글TV의 영상 컨텐츠는 국내에서 볼 수 없다.

그 쓸만한 것 중 하나가 티빙(http://www.tving.com)이다. 티빙은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을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서 볼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 중 하나. 웹 브라우저가 깔린 PC만 있으면 실시간 방송 또는 주문형 방송(VOD)를 볼 수 있는데, 구글 TV의 크롬 웹브라우저에서도 별 탈 없이 돌아간다. 부분적으로 글자가 깨질 때도 있지만, PC와 별반 다르진 않다. 플래시로 된 실시간 영상을 보는 데 별 탈은 없었고, 전체 화면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전체 화면으로 볼 때의 화질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다. 어쨌거나 구글TV 덕분에 코미디 빅리그 시즌2를 거실에 편안하게 앉아 커다란 TV로 즐길 수 있었다.


티빙 웹, 껍질을 깨야 하는 건…


하지만 구글TV의 크롬 브라우저에서 티빙을 보면서 명확한 한가지는 있다. 웹으로 보는 티빙이 무척 불편하다는 점이다. 티빙을 서비스하는 CJ 헬로비전에 레뷰와 같은 구글TV가 있는지는 나로선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구글TV를 써본 티빙 기획자와 개발자가 있다면 구글TV를 몹쓸 물건이라고 말하기 전에 티빙 웹이 얼마나 복잡하고 느린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다.


구글TV와 티빙
구글TV에서 티빙 영상을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커다란 TV에서 보지 않는다면 티빙 웹에 대한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구글TV는 TV의 사용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PC 친화적으로 보이는 티빙의 웹 화면은 구글TV를 통해서 볼 때 너무 군더더기가 많다. 티빙에 접속해 방송을 보는 과정은 PC와 똑같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바로 그 군더더기에 있다. 첫 페이지의 추천 채널, 실시간 TV 페이지의 채널/시청률 페이지 모두 시간을 잡아먹는 군더더기들이고, 티빙을 보기 힘들 게 만드는 이유로 작용한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구글TV에 있다. PC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이유는 성능의 차이다. 아마 구글TV가 PC처럼 고성능 장치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지 모른다. 허나 PC를 제외하고 TV와 연결되는 셋톱은 PC처럼 빠를 수 없다. 결국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앱 환경을 구현하던가, 어떤 환경에서도 빠른 웹 환경을 갖추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앞으로 다양한 스마트 장치를 위한 N스크린 서비스를 지향하는 티빙이라면 웹을 재정비하는 편이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 다른 무엇보다 웹브라우저의 채용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TV와 티빙
키보드와 터치패드 인터페이스를 가진 구글TV의 키보드

그러나 감히 어떤 식으로 재정비해야 하라고 주문할 수는 없다. 단지 TV와 연결된 구글TV에서 봤던 티빙 웹은 방송을 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 먹었고, 결론은 이 시간을 없애야만 하는 것은 분명하다. TV 앞에 앉아 리모컨 버튼을 누르며 TV의 즉각적인 반응을 지켜봤던 이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티빙 웹에 접속하자마자 방송 화면이 열리면 된다. 물론 조작성도 중요하지만,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바로 시간이다. 티빙의 첫 페이지에서 추천 채널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의도가 이용자 경험을 윤택하게 하는 데 조금도 도움이 안될 뿐이다. 티빙 웹도 지금의 껍질을 깨고 다음 세상을 위해 진화를 해야 할 때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6 Comments

  1. 무명씨
    2012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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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기기를 사용하는 동지를 만나 반갑네요 근데 정말 할게 없더군요 플레시는 자주 에러를 뿜어내고 안드로이드 앱들도 대부분 실행이 안되고 그나마 한국방송을 보는 낙에 끼고 있어요 ^^;;;;

    • 칫솔
      2012년 3월 28일
      Reply

      한국에서도 실험적으로 쓰는 분들이 종종 계시긴 합니다. 저도 늦었죠. 그나저나 안되는 게 많으니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ㅜ.ㅜ

  2. 2012년 3월 26일
    Reply

    저는 애플TV를 구입했는데…
    구입하고 나서 인터넷을 보니 3세대가 출시한다는거 -_-;;;

    • 칫솔
      2012년 3월 28일
      Reply

      애플TV나 구글TV나 다음 세대가 나와도 우리나라에서는 반쪽이지 뭐. ^^

  3. Calvin
    2013년 3월 22일
    Reply

    글 쓰신지 좀 오래된것 같은데
    아…리뷰에서 티빙앱이 혹시 안 돌아가나요…
    아마존에서 질렀는데 티빙앱 안 돌아가면 돈 낭비였네요… ㅜ.ㅜ

    • 칫솔
      2013년 3월 25일
      Reply

      구글 TV로 아직 티빙 앱은 돌지 않습니다. 다만 예전 브라우저에서 티빙 서비스를 쓸 수 있었는데요. 서비스 접속이 느리긴 해도 볼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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