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럽던 x86 크롬북, ARM을 얹으면…

지난 주에 나왔던 흥미로운 소식 중 하나는 크롬OS의 차기 프로젝트인 데이지(Daisy)가 ARM 아키텍처인 코어텍스-A15 기반의 차기 삼성 AP(엑시노스 5250)에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아직 데이지 프로젝트는 진행 중일 뿐이고, 어떤 형태로 나올지 모르지만,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는 가정을 해보면 ‘크롬북'(chromebook)에 대해 껄끄러운 시나리오를 써 볼만하다.

구글 크롬북

크롬북은 구글 크롬 OS로 작동하는 노트북이다. 구글은 크롬 OS로 작동하는 하드웨어 제원을 미리 정하고 이를 크롬북이라는 이름으로 삼성과 에이서 등 여러 PC 제조사를 통해서 실제 제품을 출시했다. 프로세서와 램, 저장 공간 등을 제원은 명확했다. 하지만 그 구성을 들여다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제원이었다. 사실상 10.1인치 넷북과 차별점이 거의 없는, 단지 운영체제가 크롬OS라는 점이 달랐을 뿐이었으니까.

데이지가 ARM을 지원한다면…

구글 크롬 OS는 x86 전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처음부터 ARM도 아우르는 운영체제였으니까. 그렇다고 x86이 아닌 다른 하드웨어에서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앞서 나왔던 크롬북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에서 작동했다. ARM 계열에서 작동하도록 구글이 체계화하지 않았다.

ARM 크롬북 가능성
지난 해 11월에 발표된 엑시노스 5250
그런 상황에서 소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는 간단명료하다. 데이지 프로젝트를 통해 엑시노스에 대한 지원이 사실이면 이는 좁게는 해당 ARM 프로세서만, 넓게는 ARM 기반 아키텍처의 장치에서도 쓸 수 있다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이 크롬북의 하드웨어에 대한 제한을 둔다는 점에서 보면 ARM 전체 진영으로 넓히는 것은 섣부른 일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특정 ARM 아키텍처 프로세서에서 작동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ARM 기반 크롬북의 등장

크롬OS가 엑시노스 5250 같은 ARM 프로세서를 지원한다면 두 가지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단순히 크롬OS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크롬북의 제원을 넓히는 것과 다른 하나는 크롬OS를 변형시켜 다른 형태의 장치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크롬OS가 노트북의 사용성과 유사한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운영체제라는 점에서 후자의 가능성은 약하다. 물론 전혀 그럴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형태에 맞춰 인터페이스를 재구성하는 것은 크롬OS를 내놓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전자가 지금은 가장 무난한 결론일 것이다.

구글의 또 다른 선택. 괜찮을까?

구글이 처음 크롬 OS를 공개했을 때 운영체제를 빨리 내놓기 위해 다양성을 배제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플랫폼이기에 인텔 넷북 플랫폼을 택했을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또한 가격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넷북 플랫폼은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패했다. 맨 처음 선보인 크롬북은 예상보다 너무 비쌌고, 쓸모가 적었으니까. 오죽하면 크롬북의 판매 집계가 공개되지 않을까?

ARM 크롬북 가능성
삼성 시리즈5 크롬북
결국 넷북 기반 크롬북을 보는 건 앞으로 어려울 지도 모른다. 넷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인텔과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고 싶지 않은 제조사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x86과 크롬OS를 결합한 크롬북의 시장성은 더 이상 예상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ARM이면 그 문제를 해결할까? 그것은 장담할 수 없으나 일단 가격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엑시노스 5250 같은 특정 프로세서가 됐든, 특정 ARM 아키텍처가 됐든 종전과 다른 크롬북을 내놓는 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ARM이 3년 전부터 추진한 스마트북은 시장에 빛 한번 제대로 본 적 없지만, ARM이 꾸준하게 PC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저전력과 가격적인 이점을 내세우고 있으므로 구글과 결합은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크롬북이 성공적하지 못한 것은 단순히 특정 하드웨어 플랫폼과 가격의 문제만은 아니다. 크롬OS가 지향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언제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야 쓸 수 있고, 기계적인 인터페이스처럼 불편한 사용성부터 개선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데이지가 특정 ARM 프로세서, 또는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크롬OS가 이용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이전에 비해 얼마나 더 사용성을 개선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덧붙임 #

ARM 크롬북 가능성설마 이런 상황에서 소니가 ARM 기반 크롬북을 내놓을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4 Comments

  1. 2012년 3월 28일
    Reply

    가격만 잡을수 있다면 도시바가 내놓았던 그런 스마트북 시장은 여전히 좀 미련이 남는데 말이죠 ^^
    팔릴까요?

    • 칫솔
      2012년 3월 28일
      Reply

      아직은 스마트북에 어울릴 만한 사용성이 뚜렷하지 않아서 전망이 불투명하죠. 구글이 확실하게 도움을 주면 모르지만요~ ^^

  2. 2012년 3월 31일
    Reply

    arm 이라면 나쁘진 않은 선택이지만
    너무 크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크롬북이라고 해서 UMID 정도 사이즈보다 약간크게 7인치급으로 만들었다면
    금형도 작아지고 저렴하게 판매할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 칫솔
      2012년 4월 2일
      Reply

      오히려 너무 작아지면 더 비싼 게 이 바닥 생리죠. 많이 생산되는 부품, 평범한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야 싸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