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용 쉴드 태블릿, 성능의 의심은 없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니아에게 익히 알려진, 누구를 위해서 만든 것인지 초점이 명확한 제품의 국내 출시 소식을 알리는 것은 참 어렵다. 마니아들은 제품 정보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어 어렵고, 마니아가 아닌 이들에게 이 제품의 효용가치는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6일에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를 연 엔비디아 쉴드 태블릿이 그런 제품이다. 게임 마니아가 원하는 성능이나 기능을 잔뜩 넣은 태블릿인 반면 비록 게이머가 아니어도 쓸 수 있다곤 하나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매력을 풍길지는 의심스럽다.

엔비디아가 출시 기자 간담회 내내 시종일관 쉴드 태블릿에 대해 ‘게이머를 위한 태블릿’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다보니 게임 마니아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커 보이는 듯했다. 아마도 첫 소비재 제품을 한국에 내놓는 입장에서 당연한 마음일 게다. 하지만 쉴드 태블릿은 쉴드 포터블에 이은 두 번째 쉴드 제품이다. 우리나라에 쉴드 포터블을 정식 출시하지 않았어도 이미 마니아들은 이것이 두 번째 제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첫 번째 쉴드 포터블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한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보다 국내 출시의 의의만 더 부각시키는 듯하다. 쉴드 포터블은 5인치 화면과 컨트롤러를 결합한 모바일 게임기 형태이고, 쉴드 태블릿은 컨트롤러를 분리하고 8인치의 큰 화면을 가진 태블릿이다. 게임 마니아들에게 휴대 게임기와 태블릿은 엄연히 다른 관점의 제품이라는 점의 고민은 엔비디아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금 엔비디아의 관점은 오로지 ‘게이머를 위한 태블릿’으로 고정해 놓은 상태다. 그리고 가장 먼저 꺼낸 코드는 역시 성능이다. 쉴드 태블릿은 PC 그래픽 성능을 이식한 모바일 프로세서인 테그라 K1을 담고 있다. 192개 쿠다(CUDA) 코어를 담고 있는 모바일 프로세서라 하나 PC용 지포스 그래픽카드에 다중으로 들어 있는 스트리밍 멀티 프로세서(Streaming Multipeocessor eXtreme)를 하나 떼어 이를 모바일에 맞게 설계한 프로세서다. 그래도 그래픽 부문의 능력은 상당히 좋아진 것은 분명한 터라 대부분의 발표는 테그라 K1으로 게임이 얼마나 다른가에 초점을 맞춘다. 언리얼 4 엔진을 실시간으로 돌려 PC에 버금가는 그래픽 효과를 구현하고, 정확히 10년 전 PC에서 인기를 누린 하프라이프 2를 쉴드용으로 변환해 모바일에서도 즐길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것이 매우 낮은 전력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이날 시연 장면들은 쉴드 태블릿을 처음 발표하던 시절 나왔던 것이다. 아마 마니아들은 식상한 소식일 게다.

달라진 그래픽 효과는 테그라 K1을 포함해 엔비디아 칩셋에 최적화된 게임에 한하여 발휘된다. 모든 모바일 게임에서 뛰어난 그래픽 효과를 다 경험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게임은 구글 플레이 곳곳에 흩어져 있기에 쉽게 찾기는 어렵다. 엔비디아가 쉴드 허브를 만든 것도 곳곳에 흩어진 엔비디아 지원 모바일 게임을 한 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편의성을 주기 위해서다. 테그라 칩셋에 최적화된 모바일 게임이 400여개 정도. 물론 그 이외의 안드로이드 게임도 구글 플레이에서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만약 이렇게 강조한 모바일 게임이 별로라면 엔비디아 그리드를 눈여겨보라. 엔비디아가 테스트하고 있는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로 18개의 PC 게임을 엔비디아 모바일 장치에서 즐길 수 있다. 네트워크 환경만 잘 갖춰져 있다면 엔비디아 장치에 게임을 설치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서버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엔비디아가 게이머를 위한 태블릿을 강조하지만, 강력한 3D 그래픽 기능을 제대로 쓰는 드로잉 앱인 데블러 2.5에서 웹툰이나 디지털 아트 같은 다른 분야의 활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는 하다. 디지털 장치에서 표현이 힘든 수채화 채색을 할 수 있고, 좀더 전문적인 그리기를 할 수 있어서다. 물론 이런 활용 역시 보편성보다 쉴드 태블릿의 강력한 성능을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곁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쉴드 태블릿이 게이머를 위한 태블릿으로 강조하는 것과 달리 게임을 즐기기 위해 이 태블릿의 선택하기에 따져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4개까지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쉴드 컨트롤러는 이용자가 따로 구매해야 하므로 추가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쉴드에서 즐길 만한 뛰어난 그래픽의 모바일 게임들은 용량이 지나치게 큰데 반해 16GB의 내장 메모리는 턱 없이 적다. 물론 128GB 외장 메모리를 꽂으면 용량을 늘릴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 킷캣 이후 외장 메모리에 앱의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기능을 쓰려면 FAT32 파티션 포맷이 가능한 32GB 메모리로 제한된다.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과 달리 그리드와 달리 PC에 설치한 게임을 모바일 장치로 즐기는 게임 스트림은 엔비디아 지포스 GTX860 이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게임을 위해 많은 것을 담은 태블릿이 정작 제대로 쓰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이 까다롭게 보일 법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몇 가지 문제는 있지만, 쉴드 태블릿은 분명 뛰어난 그래픽과 성능을 가진 모바일 제품이다. 단지 게이머라는 성격이 뚜렷한 집단을 상대하는 제품이라는 점이 고민이다. 게임에 특화된 모바일 제품이라는 이유로 이 제품을 선택하는 대상을 축소시키고 있어서다. 노트북이라면 많은 이들이 구매를 고민하지만, 게이밍 노트북을 고민하는 것은 게이머 뿐이다. ‘게이머를 위한 태블릿’이라는 메시지가 쉴드 태블릿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런 제품의 선택을 게이머들만 고민한다면 이미 운명은 정해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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