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실험실로 접근하는 에이수스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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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수스 코리아가 어제 열었던 상반기 신제품 기자 간담회는 사실 큰 의미를 둘만한 내용은 없었다. 이미 발표한 제품과 지난 컴퓨텍스에 출품했던 제품들이 무엇인지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했던 리뷰에 불과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에이수스 코리아의 이번 간담회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더라도 일부 제품이 갖는 성격에 대한 해설까지 의미가 없던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의 환경에 대해 에이수스의 접근법 만큼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에이수스 코리아는 이 간담회를 열기 직전 두 가지 소형 태블릿을 출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전화 기능을 가진 폰패드 7(Fonepad 7)과 7인치 화면을 가진 미모패드 7(Memopad 7)이다. 이 두 제품은 사실 넥서스7을 만들어 구글에 공급했던 에이수스의 입장에서 보면 낯선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구글이 아닌 에이수스라는 자기들의 상표로 내보내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에이수스 태블릿은 비슷한 수준에 있는 다른 제품과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채택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는 점이다. 에이수스는 지난 해부터 인텔 클로버트레일과 베이트레일을 채택한 안드로이드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선보였다. PC 부문의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에이수스와 인텔의 합작품인 셈. 이들 제품이 국내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외국보다 다소 늦은 지난 해 말이었지만, 인텔 프로세서가 들어간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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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발표가 지난 해 제품 발표와 다른 의미를 담은 것은 바로 국내 이동통신망 지원 때문이다. 사실 태블릿과 같은 단일 제품을 내놓는 것은 비교적 판단이 쉽다. 제품의 판매와 관련된 모든 결정을 제조사가 내리면 그만이라서다. 하지만 이동통신 제품은 좀더 따져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통신 환경이다. 그나마 자급제의 영향 덕분에 예전보다 판매를 결정하는 과정의 복잡함은 줄었지만, 그렇다해도 국내 통신망에 적응하지 못한 제품을 가져다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소형 태블릿은 대형 패블릿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 통신을 겸한 7인치 태블릿을 내놓는 결정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수스의 7인치 폰패드는 그런 악조건에서도 내놨다는 데 나름 의미를 둘 수 있는 제품이다. 아주 뛰어난 성능을 담은 것도 아닌 보급형 태블릿을 겨냥하면서도 음성 통화에 LTE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7인치 태블릿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접근이라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제품의 판매량을 보면서 판단하게 되면 다소 비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처음부터 시장성을 진단하는 목적이 깔려 있다면 그 의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장성을 파악하려는 배경에는 역시 LTE 환경에서 작동하는 스마트폰 때문이다. 에이수스 코리아의 곽문영 팀장은 이날 신제품 발표회에서 폰패드를 내놓은 의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위해 기획한 중간 단계의 제품이 폰패드”라고 소개한 뒤 “기본적으로 태블릿에 전화 기능을 넣은 폰패드를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의 LTE 환경에 대한 실험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지금 당장 LTE를 쓸 수 있는 국가가 여전히 제한되어 상황이다보니 우리나라를 배제하기보다 일단 출시 이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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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에이수스가 제품의 품목을 다변화하기 위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시각이나 접근법을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만, 동남아 등 일부 국가를 뺀 다른 나라에 이동통신 제품을 내놓은 경험이 거의 없는 에이수스 입장에서 PC를 탈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통신 가능 제품으로 다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을 맞아 3G와 LTE 등 다양한 이동통신 환경이 잘 갖춰진 우리나라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LTE 환경이 가장 안정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앞으로 출시할 LTE 제품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엔 매우 좋은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이번에 내놓은 제품에 대해서 에이수스 코리아는 판매량보다 적응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이수스가 LTE를 담은 이 제품을 우리나라에 내놓을지 여부를 고민했다가 결국에 LTE 시장 확대를 위한 실험으로 출시를 결정한 것이라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은 결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한 실험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에이수스의 시도가 끝까지 계속될 지 알 수 없지만, 이날 설명을 통해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국내 LTE 시장의 경쟁력을 보면 앞으로 좀더 다양한 제품들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일 이유로는 충분한 듯하다. 때문에 에이수스가 폰패드를 통해 국내 LTE 시장에 접근을 시도하는 점은 아마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PC 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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