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워진 화웨이, 메이트북 출시의 다른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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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초, 화웨이 코리아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제품을 취급하는 컨슈머 사업부가 조금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화웨이가 2015년에 출시했던 거의 모든 모바일 제품들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메이트 S와 넥서스 6P 같은 스마트폰은 물론 화웨이 워치도 있었고, 태블릿도 보였다. 모두 괜찮은 만듦새를 지닌 제품들이었다. 그런데 이 제품을 둘러본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던진 한 가지 질문이 있었다. ‘화웨이는 이 제품들을 언제 우리나라에 출시하는가?’라는…

당시 화웨이가 이 행사를 마련한 배경에는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들과 경쟁한다는 화웨이 제품을 국내에서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CES나 MWC 등 화웨이가 참가한 외국 전시회에서 화웨이 제품을 직접 접했던 이들은 그 수준이 다른 제조사보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음을 체감해 왔지만, 국내에서 이런 기회를 만나기 쉽지 않았기에 이런 자리를 준비했던 것이다.

일단 화웨이 코리아가 화웨이 제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까지는 그리 나쁘진 않았다. 다만, 당시 선보였던 제품들을 국내에 출시할 가능성이나 계획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출시 여부나 출시 가능성에 대해 답하고 싶어도 여건이 준비 되지 않았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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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화웨이 코리아가 제품 소개 행사를 갖기 전에 국내에 출시했던 제품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화웨이의 모바일 제품 가운데 스마트폰을 출시하긴 했다. 화웨이 아너 X3를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출시했고 넥서스 6P를 구글의 힘을 빌려 국내에 내놓았다. 제품 공개 행사 이후에는 아너 Y6도 내놨다. 그런데 세 스마트폰을 출시했을 때 공통점이 있다. 각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모두 유통을 책임지는 사업자들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의 특성 때문에 이동통신사나 판매사에서 유통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터라 자급제를 비롯해 다른 판매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한국형 VoLTE 같은 유심 이동성을 적용해야 하는 탓에 일정 물량을 책임지는 약속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낯선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국내 경쟁력을 감안할 때 화웨이가 바라는 물량을 책임질 업체를 찾기 힘들었고, 물량에 대한 약속 없이 이통사의 요구를 충족하는 제품을 선보이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면서 화웨이의 제품 인지도를 높이지 못하는 문제점은 여전했지만, 화웨이는 출시된 제품을 관리하기 위한 기반을 닦으면서 오히려 서비스는 강화했다. 앞서 출시한 제품의 수리를 비롯한 사후 관리를 맡을 서비스망을 전국 50곳으로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편의점을 거쳐 AS 제품을 보내는 편의점 배송 서비스도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단지 이러한 서비스망을 준비해 놓긴 했으나 실제로 이를 이용할 이유를 만들 만큼 판매되는 제품이 다양하지 못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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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화웨이는 8월 10일 메이트북의 한국 출시를 발표했다. 이 행사는 화웨이 코리아가 한국에서 출시할 제품 메이트북(matebook)과 관련된 내용만을 발표하는 첫 제품 발표회나 다름 없었다. 이날 화웨이 코리아가 발표한 메이트북은 투인원 PC다. 키보드를 붙이면 윈도 노트북으로, 키보드를 떼면 윈도 태블릿으로 쓸 수 있는 제품으로 가볍고 얇야 휴대하기 쉬운 제품이다. 6세대 인텔 코어 M 프로세서로 작동하고 윈도 10을 운영체제로 쓰며, 펜으로 다룰 수 있는 특징을 갖췄다.

그런데 메이트북을 국내에 출시한 것은 앞서 화웨이의 여러 제품 출시 입장을 감안할 때 눈여겨 봐야할 점이 있다. 일단 메이트북은 PC다. 화웨이의 모바일 제품군에 속하지만, 주력 제품군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약간 거리를 두는 제품이다. 때문에 종전 스마트폰과 같은 판매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다. 화웨이 코리아는 스마트폰에 대해서 이통사 중심으로 유통하려 했지만, 메이트북은 다른 유통 채널을 활용해도 무방한 것이다. 화웨이와 손잡고 메이트북을 유통하기로 한 곳은 신세계 아이앤씨. 시스템 통합 사업이나 SSG 페이 서비스를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등 신세계 계열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IT 제품을 유통하는 곳이 메이트북의 유통을 맡았다. 신세계 아이앤씨는 화웨이 메이트북을 비롯해 8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 화웨이 미디어패드 8과 보조 배터리,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 등 여러 화웨이 제품을 한꺼번에 유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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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트북이 PC라는 이유 때문에 새로운 유통 사업자와 손을 잡을 수 있던 것뿐만 아니라, 화웨이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첫 플래그십 제품이라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앞서 세 가지 스마트폰이 모두 이통사의 요금제에 따라 판매되거나 구글 넥서스 상표를 달아 자급제 형태로 판매되었기 때문에 화웨이 브랜드를 직접 알리는 데는 약점이 있던 반면, 메이트북은 화웨이 상표를 그대로 붙여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이다. 메이트북은 화웨이 플래그십 제품군으로 첫 평가를 받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화웨이가 메이트북의 가격을 조금은 공격적으로 잡은 것도 화웨이 브랜드로 판매하는 첫 인상을 강하게 남기려는 이유로 충분한 듯하다. 화웨이 메이트북의 판매가는 인텔 코어 M3 모델 88만9천 원, 코어 M5 모델 129만9천 원이다. 메이트북과 똑같은 코어 M3 모델을 129만9천 원에 내놨던 삼성 갤럭시 탭 프로S와 비교했을 때 40만원 이상 싸다. 물론 키보드와 펜, 여러 액세서리를 모두 더하면 가격차는 줄어들지만, 비슷한 컨셉에 비슷한 제원의 고급 제품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한 것만 해도 적잖이 공격적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움직임이 꽁꽁 묶였던 화웨이였는데, 메이트북을 출시한 화웨이는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 보인다. 화웨이의 이같은 자유로움이 우리 시장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을지 이제부터 지켜볼 일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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