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없는 인텔 미고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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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고(Meego)의 위치는 애매하다. 미고는 인텔이 만들기는 해도 적극적으로 밀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는 그런 운영체제다. 인텔이 적극적으로 밀고 싶어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제조사가 없으니 말짱 도루묵이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투자해 온 목적을 감안하면 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미고와 앱업센터는 점점 계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고와 앱업센터가 지금처럼 가망이 없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인텔이 지난 해 1월 MWC에서 노키아와 미고 협업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미고는 마치 날개를 단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그 이후의 노키아. 미고를 미끼로 인텔의 투자금을 받은 뒤 노키아는 미고 플랫폼을 얹은 스마트폰을 차일피일 미뤘다. 당시 미고는 x86 뿐만 아니라 ARM 아키텍처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플랫폼 개방형으로 설계되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미고를 반영한 노키아 스마트폰은 나올 기미조차 없었다. 심비안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는 조금도 채우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노키아는 지난 해 인텔과 협력을 발표했던 스페인에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손을 잡고 함께 무대에 오른 파트너는 인텔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였고, 그 자리에서 윈도폰7을 얹겠다고 말했다. 미고를 버리진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윈도폰7 플랫폼으로 갈아타겠다는 발표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불타는 플랫폼을 버려야 산다는 비장한 글과 함께 보여준 이 행동은 심비안과 미고를 함께 놔두고 떠나겠다는 뜻이었다. 돈 뭉치를 가득 실은 구조선을 끌고 온 마이크로소프트가 던진 밧줄을 얼른 잡은 이후 노키아에게 맞춰진 초점은 이르면 올 연말 출시할 노키아판 윈도폰7(코드명 Sea Ray)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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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를 얹은 N9. 처음이자 마지막 노키아 미고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노키아는 인텔과 갈라서는 것이 시간 문제처럼 비치는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노키아가 공개한 미고 스마트폰인 N9은 마치 이별을 위한 선물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N9의 출시는 겉으로 인텔과 협업에 최선을 다한 것마냥 시늉을 하고 있지만, 그 목적성은 이미 상실했다. 지난 해 인텔이 노키아와 파트너 관계를 맺은 것은 노키아의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미고에서 돌아가는 응용 앱을 개발할 개발자를 늘리기 위한 노림수도 있었다. 개방형 플랫폼인 미고에 심비안의 개발자를 끌어와 노키아의 단말기를 통해서 시장을 만든다면 미고가 끼어드는 생태계 재편이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의 핵심에 있어야 할 노키아의 마음이 윈도폰7으로 돌아섰으니 미고는 나아갈 방향성을 새로 설정해야만 한다.


문제는 미고의 다음 방향을 인텔 홀로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예전에 인텔 미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언급했던 인텔의 두 가지 약점과 관련이 있다. 하나는 이들이 전형적인 실리콘 기업이라는 점이고 이를 기반으로 직접 소비재 제품을 양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년 수억 대의 PC에 들어가는 x86 프로세서를 공급하고 있는 기업인 것은 맞지만, 이러한 프로세서를 넣은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와 이 프로세서에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인텔은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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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는 이대로 끝날까?
때문에 인텔은 미고를 밀어 줄 능력있는 동반자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협력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미고 워킹 그룹에 LG, ZTE 등 여러 제조사가 참여하고 있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제품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노키아가 N9을 내는 데 무려 1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보낸 점을 감안해야 하고, 무엇보다 노키아 수준의 협업이 가능한 모바일 제조사를 찾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이라 더 고민이 깊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협력사를 찾는 쪽으로 눈을 돌리면 조금 쉬워질 수 있지만, 아마도 미고를 차기 스마트 장치 생태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중요한 열쇠라 여기는 인텔은 그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인텔의 전략은 자기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도록 분업화가 이뤄진 거대한 PC 생태계에 맞는 사업 전략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인텔은 언제나 자기들의 프로세서가 이용자에게 어떠한 혜택을 주고 그것이 어떤 시장을 만들 수 있는지를 반복해 강조하면서 그 시장으로 힘있는 사업자와 개발자를 끌어들였다. 덕분에 윈도를 기반으로 한 PC 생태계를 매우 견고하게 구축할 수 있었지만, 점점 다변화되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환경에서 이러한 사업 전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아니라고 주장하기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갈등 속에서 인텔은 미고의 방향성을 잡고 다음 협력자를 또 찾아야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데 시간을 쓰는 동안 미고의 존재는 희미해지고 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5 Comments

  1. 2011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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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고는 제가 직접 넷북에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상당히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히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다는 정도 일까요? 하지만 이녀석도 어쩐지 시기를 잘못타고 일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 칫솔
      2011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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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넷북이 활화산처럼 타오를 때 주력했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쳤습니다. ㅜ.ㅜ

  2. 2011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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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극단적인 생각이지만
    Google Android와 비슷한 정책으로 나간다면 어떨까? 라는 망상을 조금은 해봅니다.
    Intel 이 Opensource를 많이 지원하고 있으니 말이죠

    • 칫솔
      2011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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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오픈 환경은 안드로이드로 대동단결한 상황에서 비슷한 전략을 펴기는 무리지요. 확실한 물량 퍼붓기가 아니라면야… 암튼 여러모로 어렵습니다. ^^

  3. 2011년 8월 5일
    Reply

    Meego는 linux foundation에서 관리하는 opensource이기 때문에 노키아가 없어도 문제될 일은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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