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진출한 에이서, 국내 PC 시장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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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에이서가 국내 복귀를 신고했습니다. 지난 2001년 한국에서 짐을 챙겨 나간지 무려 8년 만의 귀환이었죠. 그런데 한국 시장에 재진출한 에이서에 대한 관심이 8년 전 떠날 당시와 사뭇 다릅니다. 짐 챙겨 떠날 때만 해도 국내 시장에 뿌리 내리지도 못하고 조직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철수를 해야 했던 그저그런 외국계 PC 업체 중 하나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세계적 PC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재진출을 선언한 것이니 말입니다. 그만큼 지금 에이서라는 기업의 의미는 그 때와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의 에이서를 보면 그 대접이 달라진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 있던 지난 8년 동안 에이서는 세계 PC 업계의 내노라 하는 업체 중 하나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진 작년, 에이서의 성장 만큼은 두드러졌습니다. 금융 위기로 인해 탄력 받은 넷북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이 다름 아닌 에이서였기 때문이죠. 분명 넷북은 수많은 PC 업체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 기회를 살려 주도권을 쥔 업체가 바로 에이서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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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서의 귀환 소식을 들으려고 모인 수많은 기자들

에이서의 현재 상황을 볼까요? 넷북 시장에서 세계 1위이고, 노트북 부문에서는 세계 2위, 전체 PC 시장은 세계 3위입니다. 서유럽은 1위, 대만은 아수스와 함께 1~2위를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세계 PC시장에서 1위 HP와는 여전히 6~7%의 점유율 격차가 있지만, 2위 델과는 이제 거의 격차가 없는 3위까지 올라왔습니다. 분기마다 제품 출하량이 -를 기록하는 델과 달리 에이서는 출시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어 3분기가 지나면 세계 PC시장 순위는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에이서의 시장 잠식 속도에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처럼 자랑처럼 드러낼만한 실적을 쌓은 에이서가 국내 복귀를 선언한 만큼 이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질 좋고 값싼 제품들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죠. 이는 지금 국내 PC 시장의 왜곡된 가격 구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500달러 미만에 판매되는 넷북이 70~80만 원에 판매되고 90만 원 미만에서 가격이 결정되어야 할 울트라씬은 150만 원 선에서 팔리고 있으니 제대로 된 제품을 소비자가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물론 세금과 통관 비용, 환율까지 고려되어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단지 외국에서 제조, 수입해야 하는 이유만으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게 현재 국내 PC 업체의 가장 큰 고질병인 상황입니다. 이 구조를 흔들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국내 소비자들은 비싼 제품을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외국계 PC 업체들이 이러한 구조를 흔들지 못한 것은 그들의 기업 운영 형태가 한국적으로 변해 있거나, 외국에서 통하는 브랜드와 제품력만 믿고 오만한 가격 정책을 펼치거나, 이제서야 소비자를 상대로 마케팅을 시작한 탓이 큽니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의 얍삽한 방어는 둘 째 치고, 국내 기업이 갖지 못하는 장점을 발휘할 경쟁력 있는 외국계 PC 업체가 없으니 이러한 구조를 흔들지 못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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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가격의 T1810 울트라씬 노트북

결국 그 아성을 흔들 열쇠는 제품입니다. 소비자가 조건에 굴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냐가 중요하죠. 에이서의 성장 동력도 따지고 보면 가격 대비 질좋은 제품이었습니다. 그 장점을 국내에서 살릴 수 있을 거이냐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에이서가 국내에 출시할 제품들이 이러한 면을 많이 고려했다고 해도 소비자가 얼마나 그 차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지는 솔직히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에이서는 7가지의 PC와 노트북, 넷북을 9월에 동시에 선보입니다. 이 중 눈여겨 볼 제품은 1366×768 해상도를 지닌 11.1인치에 아톰 Z520을 넣은 11.1인치 넷북인 아스파이어 원 751h와 CULV 프로세서를 넣은 11.1인치 타임라인 T1810 울트라씬 노트북입니다. 정말 비슷하게 생긴 두 제품의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예상가격은 넷북 60만 원대, 울트라씬 80만 원대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예상가를 접한 블로거들은 넷북에 대해선 왜곡된 시장가격을 바로 잡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 많고 울트라씬은 기대를 걸만하다는 쪽이 주를 이뤘습니다. 아직 첫 테이프를 끊기 전이라 속단하긴 어렵지만, 지금 당장 확실한 충격파를 쏘진 못한 느낌이 강합니다.

더구나 에이서가 세계적 기업이라고 해도 한국을 떠나 있는 지난 8년 동안 인지도를 ‘몽땅’ 까먹어 버렸습니다. 한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HP나 델은 그나마 알아보는 소비자가 있지만, 에이서는 마니아를 제외하고 거의 알아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최대의 걸림돌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인지도는 제품력 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나 제품 관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갖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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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 관리를 맡은 밥 센 에이서 동북아 디렉터와 이희원 한국 매니저

에이서가 한국에 재진출을 선언했음에도 한국에 지사를 세운 게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적극적인 마케팅할 것이며, 이러한 의구심을 빠르게 해소할 것이냐에 대한 걱정도 앞섭니다. 물론 지사가 없을 뿐 관련 시스템은 모두 정비되었습니다. 에이서 제품들의 한국 내 총판은 애플 총판을 맡고 있는 두고테크가, AS는 고진샤의 AS를 맡은 일본계 업체에서 책임집니다. 지방 구매자들의 AS 제품 배송은 전문 택배 서비스인 일영 택배에 맡겼습니다. 지사를 세우고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외주로 돌린 셈입니다. 이 시스템이 어긋나지 않고 잘 정착시키는 것도 지사 없이 한국내 판매를 시도하는 에이서가 풀어야 할 과제지만, 제대로 풀지 못하면 “그럼 그렇지~”라며 지사 없는 업체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적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 불안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서의 재진출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제품 선택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지금보다는 좀더 싸고 괜찮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이니까요. 당장 에이서를 사라고 말하는 소비자는 없겠지만, 싸고 질 좋은 에이서를 쓰는 소비자가 하나씩 늘어나면 그러한 목소리도 커질 겁니다. 그 목소리가 커지면 에이서가 한국 PC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도 점점 커질 테고, 머지 않은 장래에 국내 PC 시장을 흔들어 놓는 충격파로 나타나겠죠. 아직 다른 외국계 업체가 쏘지 못한 충격파를 쏘기만 한다면 에이서에 대한 평가는 분명 다시 하게 될 겁니다. 에이서가 이뤄 낼까요? 그 답을 보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덧붙임 #

1. 에이서는 패커드 벨, 게이트웨이, e머신즈라는 3개 계열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의 제품도 머지 않아 국내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2. 모델 사진이 적어서 아쉽다면 [포토] 오늘 하루는 에이서 퀸이에요~ (현장 스케치)를 읽어보세요~ ^^

3.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9년 8월 20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5 Comments

  1. 2009년 8월 20일
    Reply

    음… 저 아가씨들이 에이서라면 뜨지 않을까요?? <- 퍽퍽퍽!! 죄송......

    • 칫솔
      2009년 8월 20일
      Reply

      유부빌더님을 위해 에이서 걸 스페셜 포스팅을 하나 더 준비해야겠군요. 흐흐~

  2. 2009년 8월 20일
    Reply

    에이서라는 곳이 그렇게 유명했던 곳이군요.
    델미니 살때 MSI라는 브랜드도 많이 띄던데.. MSI라는 곳도 유명한가요?

    • 칫솔
      2009년 8월 20일
      Reply

      MSI도 최근 브랜드가 많이 상승한 업체고요. 세계 시장에서는 두각을 못내고 있지만, 제품의 다양성은 갖추고 있답니다~ ^^

  3. 2009년 8월 20일
    Reply

    흠.. 모델분들이… 정말 훈훈하군요..-_-
    요즘 노트북 고르다 고르다 지쳐서.. 그냥 Dell™ Studio 17 을 질러버릴까 생각중인데요..
    이거 괜찮나요? 아니면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추천 좀 해주세요 ㅡㅜ

    (손으로 들고 다닐 일은 별로 없을 것 같고, .. 웹질, 주식(?), 프로그래밍(–;) 을 하게 될 것 같네요.. )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좀더 훈훈한 사진을 보여드려야겠군요. 후훗~
      델 스튜디오 시리즈는 데스크탑 대용으로 무리없을 듯 합니다. 들고 다닐 일 없으면 모니터와 함께 듀얼로 쓰시는 게 작업하기는 편할 듯 싶어요~ ^^

  4. 2009년 8월 20일
    Reply

    노트북 초창기시절…알았던 브랜드인데..
    한국에서 한번 철수를 했었군요…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네.. 그래서 한동안 에이서 제품 소식이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더랬죠. ^^

  5. 세계 유수의 PC 제조사인 대만의 에이서가 어제, 2009년 8월 20일 대만의 에이서가 국내에 모두 5종의 제품을 발표하면서 한국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도 있겠지만 에이서는 넷북과 노트북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세계 3위를 차지하고 2위인 델과는 근소한 차이로 경쟁하고 있는 회사죠. 특히 지난 2009년 상반기에는 유럽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 중입니다. 이번에 선보인 에이서가 국내 시장에 선보인 제품은 에이서 타임라인(T..

  6. 2009년 8월 21일
    Reply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진 것 같네요.
    한국에서의 분발, 기대해 봅니다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다음 번 한국 방문 때는 에이서를 들고 가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네.. 8년 만에 복귀이기는 한데, 그 복귀가 환영받을 수 있을지는 조금 두고봐야겠죠~ ^^

  7. 2009년 8월 21일
    Reply

    일단 싸고 잘 고장 안나고, AS가 나쁘지만 않으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요 ㅎㅎ
    결국 관건은 가격이겠군요. 저러한 유통구조만 좀 해결되면 Acer 노트북 따윈 하나 질러주겠어! 입니다 ㅎㅎ

    음.. 그런데 이머신즈가 삼보꺼 아니었나요?
    그리고 게이트웨이라.. ㅋㅋ 녹색의 로고가 떠오르네요(군대에서 미군애들이 쓰던거)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일단 GS홈쇼핑과 전략적인 유통을 시작한다네요. AS는 일단 제품이 팔린 뒤에 경험할 수 있을 듯 싶고요. e머신즈는 한 때 미 진출을 꿈꾸던 삼보의 브랜드였을 뿐입니다. ^^

  8. 2009년 8월 21일
    Reply

    일단 어느 정도 시장을 점유해 줄지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좀 힘들것 같기도 하구요.
    잘 보고 갑니다.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당장은 힘들거에요.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시간이 엄청 필요할테니까요~

  9. 2009년 8월 21일
    Reply

    오오 패전병이 되어 떠난 에이서가 명실상부 에이스가 되어 돌아왔군요 ㄷㄷㄷ
    과연 시장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사뭇 궁금하네요~! ㅎㅎ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패전병보다는 자진 철군이었죠. 내부의 적을 제압하기 위해서… ^^ 시장에서 평가 받으려면 한참 걸릴 거에요~

  10. 2009년 8월 21일
    Reply

    에이서가 가격이참 착했었죠.ㅎㅎ
    다시 돌아왔군요^^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앞으로도 계속 착해야겠죠. 가격 만큼은.. ^^

  11. K
    2009년 8월 21일
    Reply

    외국계기업이지만…. 이번 만큼. 합리적가격과 좋은 품질.A/S만 뒤받침 해준다면….
    팍팍. 응원 해줄겁니다~!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소비자를 합리적으로 만들어주는 기업에게 응원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죠. ^^

  12. 서경유사
    2009년 8월 21일
    Reply

    에이서… 노트북도 만들어지는구나! 아무튼 기대 만빵!!
    그리고… 모델들이 좌측 첫 번째는 잘 모르겠구, 2번째는 권민중, 3번째는 바다, 4번째는 신지 닮았다… ㅋㅋㅋ

    • 칫솔
      2009년 8월 21일
      Reply

      본명을 알고 싶으시면 다음 포스팅을 읽으시길~

  13. 치킨슬램
    2009년 8월 21일
    Reply

    미운 오리 가 황새로 돌아왔군요 .
    합리적 가격 과 무 엇보다 네임밸류를 높이기 위한 마켓팅을 통해서 에이서의 대박 과
    다른 메이커들의 가격 정상화도 함께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

    경쟁을 통한 이득은 소비자가 얻는 것이니
    ” 환영합니다 !! 에이서 “

    • 칫솔
      2009년 8월 22일
      Reply

      저도 경쟁을 통한 시장 변화가 있기를 바란답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

  14. 815
    2009년 8월 21일
    Reply

    에이서?? 크래커여?

    • 칫솔
      2009년 8월 22일
      Reply

      그건 에이스고요~

  15. 모델이
    2009년 8월 21일
    Reply

    바람직하군요ㅎㅎ

    • 칫솔
      2009년 8월 22일
      Reply

      후훗~

  16. 2009년 8월 21일
    Reply

    이제 그러면 80~100 만원 대의 압도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삼성, LG가 상당히 난감해지겠는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칫솔
      2009년 8월 22일
      Reply

      앞으로는 그 압도적 가격이란 게 안나와 주기를 바라지만, 아마도 쉽게 바뀌진 않을 겁니다. ^^

  17. 이제 울트라씬 노트북들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인텔의 ULV(초저전력) 프로세서가 본격 공급되면서 각 노트북 제조사들이 울트라씬 노트북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한국시장에 다시 전세계 노트북의 강자, ‘에이서(Acer)’ 가 돌아왔습니다 울트라씬도 면밀히 보면 grade 가 좀 나뉘어집니다. 넷북과 큰 차이없는 CPU 성능에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 있는 반면 (그렇다해도 여러가지 면에서 넷북보다는 낫습니다만), 약간 무거..

  18. 영미해외파
    2021년 9월 3일
    Reply

    좁고 폐쇄적인 한국 시장에 진출은 큰 실수이다. 컴퓨터 기술이라고 제로인 삼성lg가 독점에 a/s 센터 많고 비싸고 바낀 게 없는데. hp도 한국에서 죽 쓰는데. 왜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는지…달라진게 없는 시장과 꽁짜 근성 소지자들인게 한국놈은 결국 삼성 LG 좀비가 된다. 융기차 호구가 그냥 생긴 날이 아니다. 현실 실제 그렇다고 입증되고 있다. /영미해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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